[인터뷰-길원평 교수①]  간암 시술과 신장 절제 수술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앞장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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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길원평 교수①]  간암 시술과 신장 절제 수술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앞장서다
  • 이근미 작가
  • 승인 2024.01.04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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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진평원 사이트
길원평 교수는 차별금지법이 발의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반대 운동의 불을 붙인 인물이다. 사진=진평연 사이트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길원평 교수(한동대 첨단융합학과 석좌교수, 부산대 물리학과 명예교수)가 《유물론자에서 기독교인으로 1》이라는 책을 펴냈다. 길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책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젊은 날 유물론에 빠져서 허무 속에서 방황하던 제가 어떻게 영혼의 실존을 믿게 되고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는지가 사건 위주로 솔직하게 적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은, 제가 이전에 진리로 오해하고 탈출하지 못했던 유물론의 미혹에서 벗어나 영적 세계의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이 책의 내용은 길원평 교수의 블로그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또한 어려운 교회나 전도용으로 거리에서 나누어줄 사람에게는 책을 무료로 제공한다.  

2022년 4월 길원평 교수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질문한 사안은 건강이었다. 2010년에 간암 시술을 했고 2013년에 신장 한쪽을 떼어낸 길 교수가 한 달 넘게 밖에서 생활하고 있어 주변에서 걱정이 많던 때였다.

당시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쟁취’를 목표로 국회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가자 진평연(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에서 맞불 농성에 들어갔던 시점이다.

차별금지법 관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삭발을 하고 밤샘 농성을 했던 길 교수는 당시 앞장서서 농성에 참여하고 있었다. 길원평 교수에게 건강 걱정부터 건네자 “지금이 30대 40대 때보다 더 건강합니다. 아주 좋아요. 아내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요. 재미있습니다”라며 웃었다.

1986년 10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른 살에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7개월 이후부터 B형 간염으로 인해 거의 누워지내다시피 했다. 2014년 간암이 재발해 시술을 한 번 더 했으나 이후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정을 먹고 건강이 좋아졌다. 

“강의하고 나면 연구실에서 누워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텐트에서 농성하고 잠을 자도 거뜬합니다. 바이러스 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하지만 거의 누워 지낸 지난날을 생각하면 감사하죠.”

길원평 교수는 차별금지법이 발의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반대 운동의 불을 붙인 인물이다. 

“2006년 국민일보 1면에 차별금지법 제정 기사가 크게 났어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입법 권고를 한다는 기사였는데 ‘성적지향’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어요. 인권위 홈페이지에 가서 자세히 살펴보다가 성적지향에 동성애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건 말도 안돼, 어떻게 동성애를 정상으로 인정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뜻한다. 성적지향은 ‘이성, 동성, 양성 등에 느끼는 감정적, 성적 끌림’을 의미한다.
 
자신과 반대의 성에 이끌리는 이성애, 같은 성에 매력을 느끼는 동성애,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끌리는 양성애를 전부 정상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알아챈 길 교수는 이메일로 교수 250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법무부 등에 보냈다. 

하지만 2007년 10월 2일 성적지향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이 입법 예고되었다. 에스더기도운동을 이끌고 있던 가천대 이용희 교수가 심각성을 깨닫고 법무부 앞에서 집회를 열어 막아냈다.

2010년 에스더기도운동이 주축이 되어 바성연(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이라는 시민단체가 출범했고, 이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많은 단체가 만들어졌다. 건강 때문에 부산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던 길원평 교수는 2012년 바성연 실무책임을 맡았다.

“싸우려면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제일 먼저 책을 만들었어요. 반대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서였죠. 외국에서 발간된 좋은 책을 번역하고 발췌하여 2012년 9월 《동성애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출간했어요. 책의 유무에서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논리를 체계화하면 누구나 싸울 수 있거든요.”

2014년 11월 길원평 교수를 포함한 5명의 필자가 《동성애, 과연 타고난 것일까》를 출간했다. 두 권의 책에서 동성애의 폐해와 ‘동성애는 유전’이라는 등 잘못 알려진 부분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물리학자인 길원평 교수가 근거를 갖고 펼치는 이론은 웬만해서 반박하기 힘들다. 그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와 동대학원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을 수료한 뒤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길원평 교수는 외과의사인 아버지와 뜨거운 신앙을 가진 어머니 덕분에 안정된 생활을 하며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신앙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생물 교과서에 ‘모든 식물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구절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동물 역시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 자신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나’, ‘나는 어떤 존재일까’라는 실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갔지요.”

학교 도서관에서 접한 여러 학설을 통해 생물학적, 유물론적 인간관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인간은 물질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 엄청난 비밀이자 진리를 발견했다고 생각했어요. 감격은 잠시뿐이고 허무감이 밀려오면서 ‘물질에 불과한데 더 살 필요가 있을까’란 회의가 들었습니다. 지금의 학교 과학교육도 여전히 ‘유물론적 인간관’을 갖게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2편에 계속) [이근미 작가]

길원평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동대학원 졸업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 수료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바라캠퍼스 대학원 이론물리학 박사
한동대 첨단융합학과 석좌교수
부산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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