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길원평 교수②] 삭발투혼과 텐트농성으로 反기독교적 법안 통과 막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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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길원평 교수②] 삭발투혼과 텐트농성으로 反기독교적 법안 통과 막아내다
  • 이근미 작가
  • 승인 2024.01.05 10: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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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열린 21대 국회 악법발의자 순위발표회 및 자평법정책연구소 정기총회에서 발언하는 길원평 교수. 사진=진평연
지난해 12월 열린 21대 국회 악법발의자 순위발표회 및 자평법정책연구소 정기총회에서 발언하는 길원평 교수. 사진=진평연

민감한 청소년기에 받아들인 유물론으로 인해 그는 학창 시절 내내 허무감과 혼란 속에 지냈다. 아이오와주립대에 다닐 때 이민 가정과 유학생들로 구성된 조그마한 교회에 출석했지만 청소년 시절부터 신봉한 유물사관을 버린 건 아니었다. 어느 날 교회에서 놀라운 간증을 듣게 되었다. 

“교인 회장인 김백기 교수님이 간경화증으로 복수가 가득 차 가망이 없자 죽기 전에 가족을 만나러 귀국했답니다. 가족들이 간절히 원해 파주에 있는 오산리기도원에 갔다가 최자실 목사님의 기도를 받은 뒤 며칠 만에 복수가 깨끗하게 빠졌다는 겁니다. 첨단수학인 토폴로지를 전공하고 엄청난 경쟁을 통과해 미국대학의 교수가 된 분이 기도로 병을 치유했다는 말을 하셔서 놀랐죠.”

김백기 교수로부터 “장차 무엇을 하고 싶나”라는 질문을 받은 그는 “24시간 공부만 하여 모든 학문을 통달한 뒤 우주의 신비를 알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어떤 성도가 “하나님께서 우주를 만드셨다고 성경에 적혀 있는데 뭘 따로 알려 하냐”고 말했고 김 교수가 “나는 장래에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하여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이런 마음의 두드림 이후 자연탐구나 과학만으로는 원하는 해답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체적인 방향 수정과 함께 사랑·정의 같은 가치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선배와의 토론에서 성경을 읽어야겠다는 도전을 받았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에서 감동을 받으며 성경에 빠져들었다.

얼마 후 낮잠을 자다가 1인용 소파에서 잠자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체험과 함께 ‘우리에게는 썩어질 육신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영원히 사는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에 엄청난 감동을 받고 유물론이 아닌 영의 세계를 인정하게 되었다.

1986년 8월 박사학위를 받고 두 달 만에 공채를 통해 부산대 교수가 된 그는 첫 수업 때면 언제나 신앙간증을 했다.

“허무주의자이자 유물론자였던 내가 어떻게 하나님을 믿게 되었는지 간증하면 학생들이 박수를 쳤어요. 당시 만 30세였으니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선배 비슷한 사람이 미국에서 박사학위 받고 와서 교수가 됐으니 드라마틱하잖아요. 한 10년 지나면서부터 박수 소리가 줄어들더니 나중에는 교수가 하는 말이니 막지는 못하고 그냥 듣기만 하더군요. 그후에 ‘왜 신앙 얘기를 하냐’는 반발이 좀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고 첫 수업 때면 어김없이 간증을 했어요.”

간증을 녹음한 테이프를 지하철에서 나눠주기도 했다. 자신의 신앙간증문과 함께 영혼과 천국의 실존을 변증한 글을 부산대 모든 교수와 조교들에게 전자메일로 보냈다. 《한 물리학자가 본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초량교회 안수집사인 길 교수는 교회에서 대학부 부장, 청년부 부장 등 교회 일도 열심히 했다.

기윤실(기독교 윤리실천) 운동에 참여해 간통죄 폐지를 반대했고 창조과학회와 기독학술동역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2000년에는 성인영화관을 허용하는 영화진흥법 개정안에 반대해 교수 122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와 정당에 보냈다. 이러한 활동 끝에 2006년 차별금지법을 발견한 것이다. 

2007년 차별금지법을 막아냈지만, 이후에 비슷한 법안이 계속 발의되었고 그때마다 기독교인들이 똘똘 뭉쳐 이를 막아냈다.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에서 1개, 더불어민주당에서 3개의 차별금지법 관련 법안을 발의해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길원평 교수는 2017년에 출범한 동반연(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과 2020년에 출범한 진평연에서 운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반연은 한국교회 22개 교단을 비롯해 유교, 불교, 천주교, 290여 개 사회단체가 참여한 범국민적 기구이며 진평연은 500여 개 단체의 연합이다.

동반연과 진평연에 매달 정기적으로 1만원, 2만원씩 보내는 분이 1000여명 정도 되고 부정기적으로 성금을 보내는 분들도 있다. 사무실 운영비와 직원 월급, 텐트 농성과 1인 시위 장비 등을 이러한 성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길원평 교수는 몸이 건강해진 2017년부터 단식과 텐트농성, 삭발을 감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첫 텐트농성은 국회에서 헌법 제36조 제1항의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이 부분에서 ‘양성의 평등’을 ‘성 평등’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서였다.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조직해서 전문위원 50여 명이 헌법개정 논의를 하고 있었어요. 혼인 및 가족생활의 주체를 ‘남녀’에서 ‘개인’으로 전환하여 가족 구성원의 다양한 결합을 인정하려는 시도를 한 거죠. 헌법에서 동성 간의 결혼을 허용하려고 할 때, 개헌특위에 반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논의가 거의 끝나가는 단계여서 절박한 마음에 텐트를 친 거죠.”

개헌특위의 논의 내용은 한동대 제양규 교수가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회의록을 보다가 알게 되었다. 8월에 통과시킬 예정인데 7월에 알게 된 것이다. 전국에서 71만 명이 개헌반대 서명을 하는 가운데 교수 3207명, 법조인 348명, 의료인 150명, 일반교사 278명도 힘을 보탰다. 광주에서 2만여 명, 대전에서 3만여 명이 반대 집회도 개최했다.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해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못해요. 전문가 50여 명이 OK한 마당에 갑자기 물리학자와 공대 교수가 나타나 반대 주장을 하니 안 먹혔죠. 계속 설명하자 사실을 알게 된 의원들이 ‘뭘 걱정이냐, 안 하면 되지’ 그러면서 통과가 되지 않았어요. 2006년에 제가 신문을 본 것과 2017년에 제양규 교수가 우연히 국회 회의록을 본 건 다 하나님이 보게 하신 겁니다. 신비로운 일이죠.”

이후 두 번 더 텐트농성을 강행했다. 2018년 과천에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막기 위해, 2019년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성평등조례를 막기 위해 텐트를 쳤다. 

“여러 사람이 삭발하고 혈서를 썼지만 차별금지법과 성평등이라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NAP는 결국 통과 되었어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어서 정부 모든 부서의 인권정책 지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문제죠. 이번에 새로 임명된 장관들이 쉽게 시행하지 않으리라 기대합니다. 2019년에 경기도는 교회를 포함한 모든 사용자가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성평등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어요. 텐트농성을 하고 3만여 명이 도민대회를 하는 등 강하게 밀어붙여 원래대로 바꿨어요.”

2021년 6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다뤄져 거의 통과될 뻔했을 때도 길원평 교수는 삭발을 하며 막아냈다. (3편에 계속) [이근미 작가]

길원평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와 동대학원 졸업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 수료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바라캠퍼스 대학원 이론물리학 박사
한동대 첨단융합학과 석좌교수
부산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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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2024-02-05 04:01:07
길원평 교수는 자기 자식이 동성애자라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기독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나.

데이비드 2024-01-08 08:56:45
참으로 감사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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