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불닭은 안 무너진다... 매운맛은 생물학 반응에 가깝다”
상태바
김정수 “불닭은 안 무너진다... 매운맛은 생물학 반응에 가깝다”
  • 김성태 기자
  • 승인 2024.02.19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면 年매출 1조·영업익 1468억원 달성...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뚝심
김정수 부회장은 “불닭도 그럴 거라 믿는다. 매운맛은 생물학 반응에 가깝다. 먹고 나면 땀이 나면서 개운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해를 거듭하며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지바시에서 열린 ‘수퍼마켓박람회2024’에 참석했던 김 부회장은 현지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라면의 종주국 일본에서도 K푸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조선일보는 19일자 지면를 통해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앞서 지난달 6일 미국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66조원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며 “망한 회사를 살린 며느리 ‘김 부회장의 삶’은 한국 드라마의 한 페이지를 찢고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는 “그녀는 삼양재벌가에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1990년대 후반 부도를 선언한 라면회사에 돌연 입사했다”고 소개하며 “삼성, LG, 현대 등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은 창업주의 남성 후계자들이 이끌고 있기 때문에 김정수 회장이 며느리로서 성공을 거둔 것은 독특하다”고 했다.

삼양식품은 매출액·손익구조 30% 이상 변경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 1929억원, 영업이익 146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김 부회장은 2011년 당시 매운 음식 전문 식당에 방문하며 삼양의 매출을 끌어올린 ‘불닭볶음면’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의 손님들이 땀을 흘리면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에 착안한 것이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 후 유튜버, K팝 스타 등의 소개로 입소문이 나며 전 세계에 K라면 열풍을 일으켰다.

김 부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딸이 고등학생이었다. 내가 명동 지리를 좀 잘 안다. 손수 운전해 뒷골목에 차를 대고 나오는데 불닭집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라.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불닭을 먹는 걸 보고 ‘매운 걸 이렇게 다들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바로 나와 수퍼마켓에서 각종 양념을 사서 회사 직원들에게 나눠 주고 ‘이걸로 제품 좀 만들어 보자’고 했다”고 제품 개발 배경을 밝혔다.

삼양의 사명(社名)에는 ‘라운드와 스퀘어의 만남을 통해 세상에 없던 가치를 전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김 부회장은 직원들도 ‘사람이 못 먹을 매운 맛’이라고 반대한 데 대해 “다들 반대했지만, 굽힐 생각이 없었다. 난 알고 있었다. 매운맛이 이미 무섭게 인기를 끈다는 걸. ‘나가사끼 짬뽕’이라는 제품을 만들면서 청양고추를 슬쩍 넣어봤는데, 난리가 날 정도로 잘 팔렸다. 불닭은 더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뚝심으로 마침내 삼양식품은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양식품은 매출액·손익구조 30% 이상 변경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 1929억원, 영업이익 146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라면 年매출 1조 달성 이번이 처음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6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6% 늘어난 1249억원을 기록하며 내실 있는 성장을 이뤘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법인과 밀양공장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해외매출을 대폭 확대했다. 3분기 해외매출이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으며, 4분기 중국 최대 쇼핑축제에선 현지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13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에서는 월마트, 코스트코에 입점을 완료하고 주류 채널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주력한 것이 내실 있는 성장으로 이어졌다”며 “올해는 해외사업 성장세를 유지하며 불닭 등 전략 브랜드와 신사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불닭면 이후’에 대해 “걱정 없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들 ‘너희 불닭이 매출의 90%인데 이거 무너지면 어떻게 될지 불안하지 않으냐’고 한다. 그때마다 ‘불닭은 안 무너진다’고 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카콜라는 120년 동안 잘 팔린다. 중국에서 잘 팔리는 굴 소스인 이금기 소스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3조~4조원어치씩 팔리고, 시장점유율의 90%를 차지한다. 불닭도 그럴 거라 믿는다. 매운맛은 생물학 반응에 가깝다. 먹고 나면 땀이 나면서 개운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마치 운동을 하면 개운해지는 것과도 비슷하다. 일종의 기쁨을 주는 맛이고, 한번 먹으면 헤어날 수 없는 중독에 가깝다”고 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