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① 내 남편 이승만] 하나님이 맺어준 인연일까... 프란체스카, "내 남편은 정치를 하기엔 너무 정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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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① 내 남편 이승만] 하나님이 맺어준 인연일까... 프란체스카, "내 남편은 정치를 하기엔 너무 정직한 사람"
  • 이근미 작가
  • 승인 2024.02.26 12: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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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의 드 루시 호텔 식당에서 이승만 박사와 우연히 합석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

[편집자주] 영화 <건국전쟁>으로 잊었거나, 외면했거나, 왜곡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진면목을 알게 된 이들이 많다. 이승만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봤던 인물은 아내 프란체스카 여사이다. 아내가 본 이승만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을까. 2001년 3월 월간조선에 기고했던 '내 남편 이승만'을 앞으로 20여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秘話 발굴 프란체스카

내 남편 이승만은 이런 사람이었다

오스트리아인으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다 간 프란체스카 리. 가난한 망명정객의 비서였으며 최초의 퍼스트 레이디였던 그녀에 대한 평은 그리 후하지 못하다. 그녀의 유능하고 헌신적이며 알뜰한 면모까지 몰락한 자유당 정권에 대한 가혹한 평가 속에 함께 묻혀버렸다. 초대 퍼스트 레이디가 바라봤던 건국 대통령은‘정치를 하기에 너무 정직한 사람'이었다. 프란체스카의 가장 큰 관심은 대통령의 건강이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오해를 받았다. 남편과 사별한 후 22년간 지극히 한국적인 할머니로 살다 간 프란체스카의 증언 등을 통해 이승만 건국 대통령을 만나본다.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인 우남(雩南) 이승만(李承晩) 박사의 부인 프란체스카 도너(Francesca Donner) 여사. 유능하고 헌신적이며 알뜰하다는 평가에서, 인의 장막으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아 자유당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장본인이라는 평가까지 그녀에 대한 세평은 극단을 오간다.
 
자신의 대학원 논문을 바탕으로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라는 책을 낸 고승현(단국대 대학원 정외과 졸업)씨는 책 서두에 프란체스카 여사에 대해 이렇게 기술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사실 그리 인기 있는 영부인은 아니었다. 그녀는 문화와 풍습이 다른 나라의 영부인으로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보다는 오해와 편견에 둘러싸여 살았다. 한때는 외신에서 '한국의 마리 앙트와네트'로 표현할 정도로 권력과 자기 욕심을 채우는 여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렇듯 프란체스카 여사는 여러 가지 소문들 속에서 국민의 비난을 받는 영부인이었다.>
 
1992년 3월 세상을 떠난 프란체스카를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비난도 찬사도 아닌 무관심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사람들은 최초의 퍼스트 레이디 프란체스카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취재 당시, 서울 이화장을 방문하여 이승만 대통령의 아들 이인수 박사(정치학·전 명지대 교수)와 며느리 조혜자 씨를 만나 프란체스카 여사에 관해 새로운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을 때 조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어머니에 대해 국민들은 아는 게 없어요. 뭐든지 다 새롭다고 보면 돼요.”
 
프란체스카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 교외 인 서스도르프에서 1900년 6월15일에 태어났다. 아버지 루돌프 도너는 철물무역을 하면서 소다수를 개발하여 청량음료 공장을 경영했다. 딸 셋 가운데 막내인 프란체스카가 수학과 외국어에 재능을 발휘하자 아버지는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 상업학교에 진학시켰다. 어릴 때 남자처럼 키우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잘라주기도 했다. 

프란체스카는 상업학교 졸업 후 농산물중앙근무소에서 근무하다가 스코틀랜드로 유학, 그곳에서 영어통역관 국제자격증을 획득했다. 독일어와 불어에 능통한데다 속기와 타자 특기도 보유했다. 그녀는 20세에 자동차 경기선수 헬무트 뵈링과 결혼했으나 4년 만에 이혼했으며 자녀는 없었다.

그녀는 1933년 2월 21일 어머니와 함께 스위스 여행을 하다가 제네바의 드 루시 호텔 식당에서 이승만 박사와 우연히 합석하게 되었다. 당시 제네바의 국제연맹본부에서 국제회의가 있어 호텔 식당마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박사는 불어로 감사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으며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본 아페티”(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한 후 음식을 먹었다.
 
절인 배추와 소시지 하나, 감자 두 개의 간소한 식사를 하는 기품 있는 동양 신사에게 호감을 느낀 프란체스카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물었다. 신사가 코리아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프란체스카가 여행 직전에 읽은 책이 바로 《코리아》였던 것이다. 그녀가 “코리아엔 아름다운 금강산이 있고 양반들이 산다지요”하고 화제를 꺼내자 이박사는 몹시 반가워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게 되었다.(계속) [이근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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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필구 2024-02-26 13:02:58
건국전쟁 보고 나서 관심이 많았는데 퍼스트레이디 여사님 귀한 글 너무 고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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