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레지던트 8983명 이탈”... 오늘부터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
상태바
정부 “레지던트 8983명 이탈”... 오늘부터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
  • 김성태 기자
  • 승인 2024.03.05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중증질환자들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이뤄”
집단 휴학에 “모든 의대생들의 생각 똑같지는 않아”
보건복지부는 4일 오후 8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신규 인턴 제외 레지던트 1∼4년 차 9970명 중 90.1%인 8983명의 근무지 이탈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에 들어간다고 5일 밝혔다. 사진=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는 4일 오후 8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신규 인턴 제외 레지던트 1∼4년 차 9970명 중 90.1%인 8983명의 근무지 이탈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에 들어간다고 5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100개 수련병원 중 50곳은 현장점검을 마쳤으며, 50개 병원은 서면으로 보고받았다. 서면 보고 받은 50개 병원 가운데에서도 추가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면 즉시 면허 정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국일 복지부 비상대응반장은 “4일 전공의 수 기준 상위 5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은 전공의가 7000명 이상”이라며 “이분들을 대상으로 행정력이 가능한 범위에서 우선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현재 전공의 7854명에 대해 각 수련병원으로부터 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았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들 전공의 7000여 명에 대한 미복귀 증거를 확보했고 추후 의료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 복귀 증거는 그야말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보고 확인한 것”이라며 “오늘까지 현장 점검하는 총 100개 병원을 제외한 남은 수련병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또 현장 점검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비상진료체계를 구성하고 있다”며 “현재의 왜곡된 의료 체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설계·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유튜브 계정 화면 캡처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일부 의사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강제로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사무국은 지난 2일 “의대 증원 반대 집회에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참석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각 제약사에 문자로 공지했다. 박 차관은 “경찰청과 함께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사실이면 일종의 의료법령 위반으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장기화하는 의료공백에 환자들의 신음은 깊어지고 의료계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가 2주 넘게 장기화하자 중증질환 환자단체들이 "진통제를 복용하며 겨우 연명하고 있다"며 의료인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정부와 정치인, 의료계는 편안한가. 의료공백 속에 우리 중증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토로했다. 

연합회는 “의료계는 ‘나 몰라라’하며 의료 현장을 떠났고 정부가 준비한 대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해 고통과 피로도는 점점 치솟고 있다”며 “국민과 환자를 위한다는 말은 이제 그만 하라”고 규탄했다.

이어 “2020년 전공의 파업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며 환자의 생명을 어떤 상황에서든 끝까지 지켜줄 의사가 앞으로는 양성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의료계에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환자를 버리고 거리로 나가는 상황이 수시로 반복될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했다.

연합회 소속 단체인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 대표는 “당장 죽을병이 아니라며 2주째 항암이 미뤄지고, 항암을 견뎌 겨우 얻은 수술이 ‘응급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취소되는 상황”이라며 “생명을 구걸이라도 하고 싶다. 전공의들은 고귀한 정신을 훼손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의료계는 불법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며 “환자를 떠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불법 행동을 해도 처벌받지 않고 다른 직역과 다른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의사들의 특권의식을 깨야 왜곡된 의료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다”며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초안을 공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면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 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경실련은 또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면허는 환자를 살리라고 국가가 의료독점권을 부여한 증표다. 그러나 현재 의사들은 그 권한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며 도리어 환자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인종·종교·국적·정당·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노라’ 선서한 바를 되새기며 즉시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근 SNS를 통해 일부 전공의·의대생들이 의사 집단행동에 반대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24일 개설된 인스타그램 계정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다생의)’의 운영자는 게시물을 통해 “의대생의 경우 집단 내에서 동맹휴학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하여 낙인찍고 있다”며 “찬반의 문제 이전에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선배들의 지시를 기다려야만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다생의의 운영자는 전날 올라온 게시물을 통해 “의대와 병원은 교수와 선배가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좁고 닫힌사회”라며 “지금 상황에 대한 모든 의대생들의 생각이 똑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생들은 저학년 때부터 동료들과만 어울리며 폐쇄적인 세계관을 내면화해 다른 의견을 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휴학계를 내 손으로 제출했지만 사실 온전한 자의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김성태 마켓뉴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