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⑪내남편 이승만] 건강과 휴양 위해 하와이 제안, 돌아오지 못할 여행 떠나다
상태바
[연재⑪내남편 이승만] 건강과 휴양 위해 하와이 제안, 돌아오지 못할 여행 떠나다
  • 이근미 작가
  • 승인 2024.03.29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달 후 돌아올 예정으로 싼 짐...트렁크 두 개, 약품 담은 가방 하나, 타자기 가방이 전부
사진=이승만기념관
사진=이승만기념관

프란체스카는 “그토록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노인의 가슴속에 깊이 응어리진 슬픔과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한 채 쓰러졌을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책에다 토로했다.
 
한때 콜터 장군 부부가 마땅히 지낼 곳이 없다 하여 이화장의 방을 빌려주었으나 콜터 부인이 냉동창고라고 혹평을 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했을 정도로 이화장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화장에서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대통령은 여전히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틈나는 대로 정원의 나무들을 손질하고 이화장의 창틀과 문짝들도 직접 손질하였다. 아내를 위해 은방울꽃을 심어 가꾸기도 했다.
 
조카뻘 되는 이갑수씨 내외가 이화장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은 “정치하는 사람들 중에 일본 사람들을 끌어들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하던데…” 하면서 무척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애굽을 탈출한 후 그들의 노예 근성을 뽑아버리기 위해 광야에서 얼마나 애썼는가를 대통령은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이화장으로 옮겨온 후 친척들이 음식을 해서 자주 찾아왔다. 일요일에는 정동교회에 가서 교우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후일 프란체스카는 하야 직후 경무대에서 이화장까지 걸어가야겠다고 버티던 대통령을 억지로 차에 태웠던 일들이 꿈같이 느껴진다며 이렇게 기술했다.
 
“세월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고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해준다지만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플 때가 있다.”
 
이화장 생활은 별 불편이 없었지만 대통령의 건강과 휴양을 위해 하와이로 가서 한두 주일 쉬고 오는 게 어떻겠느냐는 측근의 제의가 있었다. 1960년 5월 하와이 동지회장 최백렬 씨로부터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휴양을 하실 수 있도록 체류비와 여비 일체를 부담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5월 29일 대통령 부부는 하와이로 떠나면서 마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늦어도 한 달 후에는 돌아올 테니 집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 길로 이승만 대통령은 살아서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짐은 전부 네 개였는데 옷을 담은 트렁크 두 개와 마실 것과 점심, 약품을 담은 가방 하나, 타자기 가방이 전부였다.
 
프란체스카는 《대통령의 건강》에서 “하와이로 갈 때 일본 언론이 보물을 많이 챙겨간 것처럼 보도해 물심양면으로 고생이 많았다”고 기록했다.
 
하와이에 도착한 대통령 내외는 조경사업을 하는 윌버트 최 씨의 별장에서 기거하며 옛 동지들과 제자들의 방문을 받기도 하고 동포들의 초대에 응하기도 했다. 일요일에는 한인기독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대통령은 한결 즐거워했고 건강도 좋아지는 듯싶었다. 한 달이 지난 후 귀국하려 하였으나 하와이에 있는 인사들은 국내 사정을 염두에 두고 더 요양을 하라며 만류했다.
 
윌버트 최 씨와 옛 동지들이 호놀룰루시 마키키가에 집을 마련해 주고 생계도 보살펴 주었다. 대통령은 넓지 않은 마당에 나가 화초에 물을 주고 나무 손질을 하며 시름을 달랬다. 프란체스카는 종일 쉴 새 없이 집안일을 하며 남편을 돌보았다.
 
이 대통령은 다행히 무슨 음식이든 잘 먹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남편의 체중이 늘지 않도록 각별히 보살폈고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의사가 김치는 짜기 때문에 고혈압에 해롭다고 해서 김치를 조금씩 내놓자 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김치가 건강에 나쁠 게 뭐람. 나같은 한국인은 김치를 못 먹으면 혈압이 더 오른단 말야.”
 
1961년 설날 프란체스카는 떡국을 끓였고 친지들과 교포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세배를 했다. 해를 넘기면서 대통령의 고국을 그리는 마음이 날로 더하고 나라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계속) [이근미 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