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에스트로②] 신사동 호랭이가 ‘히트 메이커’일 수밖에 없는 이유(ft.유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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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에스트로②] 신사동 호랭이가 ‘히트 메이커’일 수밖에 없는 이유(ft.유영진♥)
  • 백융희 기자
  • 승인 2021.02.15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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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유니버셜뮤직 제공
사진=유니버셜뮤직 제공

마에스트로는 사전적 의미로 예술가, 전문가에 대한 경칭 또는 칭호를 말한다. 혹은 지휘자, 음악 감독, 작곡가, 스승의 경칭으로서 이용되기도 한다. 한국어로는 거장이라고도 한다. 거장은 예술 등의 일정 분야에서 특히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Ma에스트로’ 코너에서는 명곡으로 대중에게 감동, 희열을 전한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백융희 기자]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 곡으로 이름을 알린 그룹은 포미닛, 비스트, 티아라, 트러블 메이커, 에이핑크, EXID, 모모랜드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신사동 호랭이가 만든 곡으로 여러 번의 흥행을 거뒀지만, 각 그룹의 이미지는 좀처럼 겹치지 않는다. 신사동 호랭이는 단지 운이 좋은 그룹과 함께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지만, 그는 한 곡과 그룹에 상상 이상의 열정을 쏟고 있었다. 특히 노력을 기반으로 한 ‘공감’과 ‘디테일함’을 잃지 않는 것은 신사동 호랭이가 작곡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여러 팀들과 함께 해왔지만, 각 팀의 색깔이 섞이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에이핑크, 티아라, EXID가 전혀 다르듯이 팀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색깔이 중요해요. 곡 작업할 때 충분히 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연구하고 그들의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해요. 특히 곡을 만들고 여러 가수를 만나다 보니 표정만 봐도 이들이 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보여요.(웃음) 그룹일 경우에는 파트 분배 역시 최대한 공평하게 나누되 곡과 개인의 매력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하죠. 트라이비의 경우에는 제가 데뷔부터 팀의 장르를 정했지만, 앞으로 잘 된다면 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작가들과 함께한 장르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신사동 호랭이는 “어린 친구들과 대화하면서도 많은 걸 얻는다. 노래를 만들었을 때 나이가 어릴지라도 의견은 잘 수렴한다”면서 “공동 작업할 때 누군가 의견을 내면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는 일명 ‘음악 꼰대’가 제일 무섭다”고 일방적 소통을 경계했다.

그렇다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신사동 호랭이가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신사동 호랭이는 ‘편곡’이라고 밝혔다. 또 가사적인 부분에서는 ‘임팩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곡 쓰는 데 시간을 제일 많이 할애하는 부분은 편곡이에요. ‘오덕후’ 적인 성향인데 한 곡의 사운드에 대해 정말 깊게 들어가서 쓰려고 노력해요. 편곡에서 모든 게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단순하게 멜로디만 나오는 음악이 서정적인 분위기라면 이 멜로디에 각종 리듬과 기타 등 다양한 악기가 더해진 음악은 긍정적이면서도 나아가고 싶은 이미지를 느낄 수 있어요. 포미닛 ‘뮤직(Muzik)’도 편곡으로 더 드라마틱해진 곡이에요. 티아라의 ‘롤리 폴리(Roly-Poly)’의 경우에는 복고적인 사운드를 넣어줬기 때문에 옷은 물론 안무도 복고로 나오죠. 즉, 편곡이 모든 걸 제시한다고 봐요.”

“가사를 쓸 때에는 임팩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물론 문장력도 중요하고, 말이 되는 어휘인지도 중요하고 고려해야 하는 것도 맞아요. 김이나 작사가처럼 함축적이고 감성적인 가사를 잘 못해요. 그냥 제가 강조하는 걸 잘 따라가게끔 쓰는 것 같아요. 트라이비 데뷔 타이틀곡 ‘둠둠타(DOOM DOOM TA)’로 봤을 때 ‘왜 둠둠타지?’라는 것을 가사를 통해서 알 수 있게요. 저 같은 경우에는 문장을 수려하게 쓰려고 하다보면 너무 풀이하는 데 집중하게 돼서 막히더라고요. 그래서 ‘거울아 거울아’, ‘핫이슈’, ‘노노노(NoNoNo)’ 등 강력한 한 마디를 대중들이 기억할 수 있는 가사, 제목에 중점을 둬요.”

신사동 호랭이는 2000년대 초반, 가수 김건모, 자두, 리쌍, 왁스 등이 소속된 제이엔터컴에서 공식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이 만든 데모 테이프, CD를 소속사에 보내거나 직접 찾아가 건네는 게 뮤지션 지망생들의 문화였던 시절 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요 명소처럼 알려진 대형 녹음실 등을 돌던 시기, 제이엔터컴에 무작정 들어가 자신을 어필했고, 회사의 청소, 잡일 등을 마다하지 않고 막내 생활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음악에 대한 애정과 노력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작곡가 지망생들의 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자신에게 손을 내민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SNS로 다양한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 메시지가 와요. 제 한 마디로 누군가의 인생이 결정되진 않겠지만, 분명히 포기하는 시점에 힘들어서 저한테 연락했을 거예요. 피드백을 받으려고 엄청난 용기를 낸 거죠.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거의 모든 메시지에 답장해요. 그렇게 인연을 맺은 친구들을 가끔 만나서 밥을 사준다거나 커피를 사준다거나 해요. 또 트랙을 잘 쓰는 친구, 멜로디를 잘 쓰는 친구 등 이어주면 재미있을 것 같은 친구들을 연결해주기도 해요. 제가 모든 친구들에게 음악 데뷔 기회를 줄 순 없지만,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고있죠.”

덧붙여 신사동 호랭이는 “과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유일한 커뮤니티 공간이 있었고, 그곳에서는 선배가 후배를 끌어주고 소통하면서 지내는 게 하나의 문화였다”고 밝히며 유영진 작곡가와 특별한 인연을 밝혔다.

“과거에 지금처럼 커뮤니티가 활발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 나눔 커뮤니티를 통해서 에어컨을 받은 적이 있어요. 양재동에서 어렵게 음악을 하던 시절인데, 청담동에 있는 녹음실에서 에어컨을 나눔 해준 분이 유영진 씨였어요.(웃음) 그 이후로 계속 좋아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도 다 그분이 만든 음악이고요. 정말 세련된 음악의 끝인 것 같아요. 아직도 믹스 등의 작업을 직접 하신다고 들었는데, 그분이 계속해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특히 아침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도 그래요. 또 이전에 우연히 방송국에서 지나가다가 뵌 적이 있는데 어린 멤버들한테 존댓말로 이야기하시는 걸 보고, 굉장히 제가 지향하는 삶과 가깝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래서 2018년도에 그룹 H.O.T. 콘서트 음악 감독을 맡았는데 저에게 제일 의미 있던 작업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유영진 씨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요.(웃음) 그래서 유영진 씨가 만들었던 음악을 (콘서트에서) 카피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끝으로 신사동 호랭이는 올해 목표에 대해 “무조건 트라이비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는 여러 가수들 작업을 동시에 많이 했지만, 트라이비를 시작하고 나서는 외부 작업을 많이 줄였다. 예전만큼 다작할 수 있을만한 나이도 아니고, 잠도 많아졌다(웃음)”고 말했다. 이어 “한 곳에 집중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아져서 트라이비를 잘 성공하게 하고 싶다. 제가 말하는 성공은 친구들이 다음 앨범을 계속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트라이비가 성공적으로 해외, 국내 작가들과 협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트라이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사동 호랭이는 인터뷰 내내 자신과 함께하는 구성원들을 신뢰하고, 그 구성원들이 ‘애정’으로 한 그룹에 공을 쏟는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또 그는 앞으로 함께 할 트라이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속에서도 음악적으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었다. 동시에 트라이비의 다양한 말들 속에서 그들의 관심사를 파악, 멤버들에게 동기 부여할 수 있는 음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더불어 SNS로 오는 수많은 작곡가 지망생들의 메시지에 일일이 답장하면서도 “전혀 귀찮지 않다. 답장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라고 무심히 말하는 신사동 호랭이에게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봤다.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신사동 호랭이에게 ‘사람에게 꽂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꽤 재미있는 과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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