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남산의 부장들’, 18년 독재 정권…그 속에 담긴 ‘권력충’의 속내를 들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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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남산의 부장들’, 18년 독재 정권…그 속에 담긴 ‘권력충’의 속내를 들추다
  • 조정원 연예부 기자
  • 승인 2020.01.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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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제공
사진=㈜쇼박스 제공

[조정원 연예부 기자] 우민호 감독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1979년 10월 26일,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2020년 스크린에 담아냈다.

‘남산의 부장들’은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지난 1990년부터 동아일보에 2년 2개월간 연재된 취재기를 기반 해 출판됐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막중한 권력을 휘두른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극 중 박통(이성민 분)은 지난 1961년부터 1979년까지 무려 18년간 대한민국의 제1권력자로서 독재정치를 행한 인물이다. 그는 희대의 용인술로 다양한 능력의 인물들을 두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목적에 도달하게끔 만드는 일명 ‘충성경쟁’을 시킨다. 그의 주변에는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과열된 충성경쟁을 펼치는 이들로 가득하다.

영화를 전반적으로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시리도록 날이 선 검처럼 차분하면서 무겁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이들조차 말 한마디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우민호 감독은 이러한 인물들의 내면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권력의 2인자로서 헌법보다 위에 있는 중앙정보부장이 왜 대통령을 암살하게 됐는지를 가감 없이 전한다.

이야기는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김규평의 옛 동료이자 전 중앙정보부장인 박용각(곽도원 분)은 일명 ‘코리아 게이트’로 박통 정권의 실체를 세계에 알리려 했다. 김규평은 박통의 지시에 따라 이 상황을 조용히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박통은 자신과 김규평 사이에 생긴 작은 균열을 알아채고는 김규평과 점점 거리를 둔다. ‘토사구팽’의 기운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사진=㈜쇼박스 제공
사진=㈜쇼박스 제공

과거 애송이였지만 박통을 등에 업고 대통령 경호실장인 곽상천(이희준 분)의 거듭된 도발과 박통의 노골적인 차별로 뜨거웠던 김규평의 마음도 점차 싸늘하게 식어간다. 본인 뜻대로 하라면서 든든하게 밀어줄 땐 언제고, 이제는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비극의 시작이다. 1인자를 지키기 위해 반하는 이들을 향했던 총구는 어느 새 1인자를 향해 있다.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인 ‘남산의 부장들’이 주는 결말은 뻔하다. 하지만 ‘남산의 부장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사건에 속해있는 인물들의 ‘내면’을 그리는 데 힘을 쏟았다. 배우들의 표정, 행동 하나하나에 함축적으로 녹아 있다. 이성민,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이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다. 알면서도 작품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한국과 미국, 프랑스를 오가며 진행된 촬영은 리얼리티에 힘을 실었다.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공간들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기 위한 제작진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색깔이나 특정 인물의 공과 과를 평가하지 않았다. 판단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뒀다.

공포의 대명사였던 중앙정보부, 그리고 그 정점에 있었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 왜 대통령 암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렸는지는 오는 22일 개봉하는 ‘남산의 부장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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