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바마’ 고보결 "9년 만의 주연, 느려도 꽃피울 수 있다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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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바마’ 고보결 "9년 만의 주연, 느려도 꽃피울 수 있다면 행복"
  • 변진희 연예부 기자
  • 승인 2020.04.2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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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변진희 연예부 기자] “‘새들이 이집트를 향해 날기 시작하면 그들은 이미 이집트에 가 있다’는 대사가 있었어요. 꼭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았죠.”

고보결이 데뷔 9년 만에 장편드라마 주연을 맡아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이하 ‘하바마’)에서 조강화(이규형 분)의 아내이자 조서우(서우진 분)의 새엄마 오민정 역을 맡아, 겉으로 보기엔 차갑게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함께 열심히 노력한 스태프분들, 감독님, 작가님, 선배님들 동료 배우분들 모두 수고하셨어요. ‘하바마’를 끝까지 시청하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인 만큼, 시청자분도 삶의 소중함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해요.”

앞서 ‘하바마’는 촬영 스태프 중 1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자가 격리에 들어가 촬영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촬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던 상황 속 스태프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촬영을 재개할 수 있었다. 고보결은 힘든 시기에 함께 고생한 배우, 스태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또 한 번 전했다.

“제작진분들께서 너무 무리하지 않고, 건강하게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아무래도 어린아이도 있어서 더욱 신경 쓰신 것 같고요. 촬영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었어요.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코로나는 같이 이겨내야 하는 문제잖아요. 다들 건강하게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보결은 처음으로 아이 엄마를 연기해야 했다. 그는 오민정 또한 아이를 직접 낳은 적이 없지만 엄마가 된 인물인 만큼, 본인이 처한 상황에 캐릭터의 감정을 이입하고자 했다. 더불어 실제 아이를 기르고 있는 상대 배우 김태희의 조언을 구하며 연기 디테일을 잡아갔다.

“처음에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제가 엄마 역을 해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봤어요. 감독님께서 오민정은 직접 낳지 않은 아이의 엄마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죠. 그 말에 용기를 얻어서 도전하게 됐어요.

김태희 선배님이 아이랑 있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더라고요. 또 선배님이 아이한테 되게 잘해주셔요. 눈높이 맞춰서 대화도 나누고, 아이를 안아서 들어 올릴 때도 되게 자연스러웠죠.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고 많이 배웠어요.”

조강화의 딸 조서우는 아역 배우 서우진이 연기했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워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서우진은 현장에서 사랑을 독차지했고, 고보결 역시 휴대폰 배경화면을 서우진 사진으로 설정할 만큼 예뻐했다.

“처음에는 우진이 저와 눈도 못 마주치고 부끄러워하는 거예요. 그래서 엄청 조용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친해지고 나니 180도 다른 아이더라고요. 엄청 장난기도 많고요. 제가 NG를 냈던 적이 있는데, 우진이 ‘오민정이 NG 냈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스킨십도 있어서 점점 가까워지면서, 나중에는 거의 친구 사이가 됐어요. 마지막 날에 ‘안녕, 우리 언제 또 봐’라고 인사했는데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더라고요. 정말 프로예요. ‘밀당’의 천재인 것 같아요(웃음). 누가 우진에 대해 물어보면, 저도 딸 바보가 돼서 이런저런 자랑을 하기도 했고요. 워낙 예뻐서 보고 있으면 눈에서 하트가 절로 나와요.”

사고로 가족의 곁을 떠나게 된 차유리(김태희 분)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 조강화와 아이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49일 환생 스토리를 그린 ‘하바마’는 극 초반 배우들의 호연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중반부로 갈수록 주요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이 비슷한 형태로 반복되며 다소 루즈한 전개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차유리가 환생을 포기하고 승천한 결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제 생각에는 차유리가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고, 모든 인물들의 상황이 안타까웠어요. 캐릭터의 최종적인 선택에 초점을 두지 않고, 드라마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에 집중해 주시면 좋겠어요. 오민정의 경우는, 초반에는 다른 학무보들의 입을 통해 캐릭터가 설명됐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민정이 정이 많고 가족을 사랑하는 정이 있다는 게 드러났어요. 그게 차유리의 시선으로 설명됐죠. 점차 오민정과 차유리가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된다는 점도 좋았어요. '하바마'는 악역이 없는 드라마예요. 저는 이렇게 따뜻한 드라마가 처음이라, 너무 좋았어요.”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보결이 연기한 오민정은 편견에 사로잡힌 인물이었다. 시크하고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다른 엄마들로부터 “오만정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새엄마라는 시선을 견뎌야 했다. 오민정처럼 ‘배우 고보결’이 편견으로 힘들었던 적은 없었는지, 깨고 싶은 편견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어떤 분들은 제가 완벽주의일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혹은 차가울 것 같다고도 하고요.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말수가 적은 편인데, 그래서 조용해 보인다거나 어두울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근데 사실은 편한 사람들과 있으면 밝고, 조금은 허당기도 있거든요. 저에 대해 갇힌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건강한 사회 분위기가 되면 여행 예능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작위적이 것보다는 낯선 환경에서 제가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요.”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를 조기 졸업해 연극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고보결은 지난 2011년 영화 ‘거북이들’로 본격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한 그는 약 9년 만에 ‘하바마’를 통해 대중에 제대로 본인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조금은 천천히 걸어온 길이지만, 고보결은 “초조하거나 조급한 마음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요즘에는 인물의 연령대가 다양해진 것 같아요. 제가 오래 연기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감사하고요. 점점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누군가의 전성기가 언제 완성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꽃을 언제 피울지 모르지만, 꽃을 피울 수만 있다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예전에 드라마 ‘마더’에서 ‘새들이 이집트를 향해 날기 시작하면 그들은 이미 이집트에 가 있다’는 대사가 있었어요. 꼭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았죠. 그 꿈을 향해 날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다음 행보가 중요하겠다. 그는 현재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더불어 고보결은 다양한 경험을 쌓아 자신만의 연기관을 형성하고, 뛰어난 연기로 ‘믿고 듣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번 ‘하바마’를 하면서 ‘같이 울었다’는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연극할 때는 우는소리가 들려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브라운관으로는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 피드백을 받을 때 ‘내 마음을 알아주셨구나’ 하면서 힘이 됐어요. 오히려 제가 감동을 받았죠. 저는 앞으로 꾸준히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보는 분들에게 믿음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할 거예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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