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리뷰] '사라진 시간', 씹고 삼키는 것보다 되새김질이 더 재미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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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리뷰] '사라진 시간', 씹고 삼키는 것보다 되새김질이 더 재미있는 작품
  • 조정원 기자
  • 승인 2020.06.09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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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조정원 기자] ‘호접지몽(胡蝶之夢)’은 ‘물아(物我)의 구별을 잊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기는데, 나비가 장자인지 장자가 나비인지 분간하지 못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호접지몽'이라는 단어로 '사라진 시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사라진 시간'은 현실과 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이 첫선을 보였다. 그가 감독이 된 후 관객들에게 처음 던진 질문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 분)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박형구라는 형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관객들에게도 끊임없이 과연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질문을 던진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순박한 듯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의심스러운 마을 사람들, 화재사건을 무마하려는 듯 꿍꿍이 가득한 마을 큰 어르신 생신 잔칫날 박형구는 술에 취해 그만 정신을 놓고 만다.

하루 아침에 한 남자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는 신선한 설정과, 박형구가 과연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스토리는 강렬한 몰입감과 함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제목 그대로 관객들에게도 105분의 러닝 타임은 '사라진 시간'이다. 

누가봐도 박형구의 억울하면서도 답답한 감정이 백퍼센트 공감된다. 자신이 기억하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부정당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순응하거나, 아니면 끝까지 부정하거나. 대부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꿈을 현실에서 태워버리고 싶은 찌꺼기로 표현하는 정신과 의사. 그는 꿈을 꾸는 과정은 바로 그 찌꺼기를 태우는 과정이라 말한다. 과연 형사 박형구가 태워버리고 싶었던 찌꺼기는 현실이었을까. 아니면 밤마다 남들과 다른 일들을 겪는 선생 박형구가 현실이었을까.

아마 '사라진 시간'이 대중에게 공개되고 나서는 '사라진 시간 결말'이라는 키워드가 검색어 키워드 중 가장 상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구에게 있어 진짜 '사라진 시간'은 무엇일지 오는 18일 극장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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